[만두를 또 먹어요?]#4 #월요일이또올만두 / 만오데

2022-04-20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도, 회사 바깥에서의 요즘도 월요일은 정말이지 매번 낯설다. 지난 7년간 매주 월요일이면, 방금 여행을 마치고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한 채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기분전환을 위해 새로 산 립을 발라보기도, 방금 내린 뜨거운 커피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무용지물. 조금이라도 월요일이 기다려질 이유가 필요했다. 매 번 이렇게 싫어 할 수만은 없으니까! 재택근무가 시작된 주간의 월요일 오전부터 끝없는 참조를 단 혼신의 메일을 공중에 날리곤 점심시간이면 만두를 빚었다. 지상 최대 청아한 소리 ‘노트북 탁 닫는 소리’ 와 함께 시작된 #월요일이또올만두. 


우선, 일요일 저녁에는 동네 마트에 들려 만두피 두 팩과 그 안에 꾹꾹 담아 먹고 싶은 신선한 재철 채소, 그리고 치즈를 구매한다. 일종의 전투를 준비하는 나만의 준비운동이랄까. 요리조리, 우당탕탕, '월요일이또올만두'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최애 조합
새우, 바질페스토, 고다치드, 썬 양파 꽉꽉. 바질 페스토를 만두피에 슥슥 바르고 그 위에 새우 4알 썬 양파 고다치즈 혹은 모짜렐라를 가득 채운다. 갓 쪄낸 만두에서 흘러나오는 바질과 치즈의 풍미, 양파 그리고 새우의 식감이 환상만두다. 여기에 레몬즙을 조금씩 뿌려 감칠맛을 더한다. 


차애 조합
채 썬 애호박에 소금을 한 꼬집, 생 모짜렐라 슬렁슬렁. 애호박의 단 맛이 모짜렐라의 부드러움에 녹아내린다. 가뿐하게 기분 좋아지는 이 단순한 조합이 주는 행복 덕에,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많은 걸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박하지만, 세심하게 내 행복을 위해 살아가면 될 뿐, 별거 있나.

[8 minutes later…]

김을 뿜어내는 찜기 속 형형색색 아무런 모양으로 잘 익은 만두들이 보인다. 역시 채소로 만든 만두피에 묻어나는 색은 아름답다. 숲을 좋아하는 나는 채소로 만두를 만들 때마다 산림욕하듯 시야가 시원해짐을 느낀다. 익어가는 만두들의 겉면은 그 언젠가 선릉에서 마주한 자연의 빛 같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커피 한잔에 만두 네 알. 이 소박한 월요일 치 행복을 위해 전날 밤 1시간 동안 야채를 씻고 다듬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작은 기쁨부터 큰 행복까지 맛볼 수 없다. 일단 움직인다. 움직이다 보면 싫어하는 걸 살짝 피해갈 수 있다. 이 땅의 모든 월요일을 맞이한 직장인들에게 하이파이브를 보낸다.


ⓒ 만오데




만오데 @mandoo_of_the_day

7년간 성실히 회사와 집을 오가다 ‘더 이상 이렇게는 싫어’를 외치곤 돌연 퇴사, 황홀한 갭이어를 보내고 있다. 지붕 아래 똑같은 만두와 돈까스가 없다는 생각으로 조선팔도를 뚜벅이로 먹어내고, 걸어내는 중이다. 배 빵빵 마음 빵빵한 풀자극의 시절이 퍽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삶을 꿈꾸며 운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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