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혼밥이 트렌드일 때 혼밥의 하수-중수-고수를 구별하는 짤이 온라인에 돌아다니고는 했다. 그중 '혼자 뷔페 가기'는 중수와 고수 사이에 해당 되었는데, 내게는 아직 미완성 도전 과제이다.
미국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머물렀던 어느 대학의 뷔페식 학생 식당에 혼자 갔던 적이 있다.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갖추고 있어 꽤 본격적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격주에 한 번씩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혼자 가는 것에 거부감을 못 느꼈던 건, 학생 식당의 특성상 혼자 오는 학생이 많은 점에 다들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개인주의를 더한 덕분이었다.
뷔페에 갈 때마다 라자냐, 맥 앤 치즈, BB 같은 고열량 음식을 맘껏 퍼왔고 덩달아 살도 맘껏 쪘다. 그래도 늘어난 몸무게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는데, 내 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없는데다가 매일 거리에서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가족들이 날 보고 놀라는 순간부터 나는 내 몸이 '놀랄만한 몸'이 되었음을 인지했다. 이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살이 좀 쪘네?" 또는 "미국에서 잘 먹고 다녔나 봐"라는 말을 들었고, 돌아온 거리에서는 사람들의 늘씬한 몸을 보았다. 나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미 혼자 뷔페에 가본 경험이 있으니 한국에서도 뷔페를 혼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종 후기를 찾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내 욕심을 접었는데,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오는 뷔페에서는 내가 너무 눈에 띌 것만 같아서였다. 실은 '안 그래도 혼자라서 눈에 띄는데, 살집 있는 내가 이것저것 많이 먹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뷔페는 혼밥 후보지에서 지워졌다. 동시에 바지 위에 불룩 튀어나온 나의 살을 지우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요요와 다이어트의 피곤한 악순환에 빠졌다.
다행히 세상은 외모 강박과 그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사말처럼 하던 외모 지적을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받아들이자는 움직임도 보였다. 덕분에 나의 살에 대해 조금은 편하게 여길 수 있게 됐고, 사이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젠 이 정도의 체형이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쏟을 시간과 힘도 없다.
외모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결국 한국에서도 혼자 뷔페를 갔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비키니에 맞는 몸매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운동용 영상, FREE 하지 않은 FREE 사이즈의 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등을 맞닥뜨릴 때마다 여전히 매일 흔들린다. 그럼에도 언젠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그날, 혼자 뷔페에 가서 자축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끝내주게 맛있는 뷔페에 가서 맘껏 먹을 테다.
ㅡ
지금까지 정재민의 <슬기롭거나 말거나>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슬기롭거나 말거나> 연재분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한창 혼밥이 트렌드일 때 혼밥의 하수-중수-고수를 구별하는 짤이 온라인에 돌아다니고는 했다. 그중 '혼자 뷔페 가기'는 중수와 고수 사이에 해당 되었는데, 내게는 아직 미완성 도전 과제이다.
미국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머물렀던 어느 대학의 뷔페식 학생 식당에 혼자 갔던 적이 있다.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갖추고 있어 꽤 본격적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격주에 한 번씩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혼자 가는 것에 거부감을 못 느꼈던 건, 학생 식당의 특성상 혼자 오는 학생이 많은 점에 다들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개인주의를 더한 덕분이었다.
뷔페에 갈 때마다 라자냐, 맥 앤 치즈, BB 같은 고열량 음식을 맘껏 퍼왔고 덩달아 살도 맘껏 쪘다. 그래도 늘어난 몸무게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는데, 내 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없는데다가 매일 거리에서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가족들이 날 보고 놀라는 순간부터 나는 내 몸이 '놀랄만한 몸'이 되었음을 인지했다. 이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살이 좀 쪘네?" 또는 "미국에서 잘 먹고 다녔나 봐"라는 말을 들었고, 돌아온 거리에서는 사람들의 늘씬한 몸을 보았다. 나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미 혼자 뷔페에 가본 경험이 있으니 한국에서도 뷔페를 혼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종 후기를 찾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내 욕심을 접었는데,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오는 뷔페에서는 내가 너무 눈에 띌 것만 같아서였다. 실은 '안 그래도 혼자라서 눈에 띄는데, 살집 있는 내가 이것저것 많이 먹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뷔페는 혼밥 후보지에서 지워졌다. 동시에 바지 위에 불룩 튀어나온 나의 살을 지우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요요와 다이어트의 피곤한 악순환에 빠졌다.
다행히 세상은 외모 강박과 그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사말처럼 하던 외모 지적을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받아들이자는 움직임도 보였다. 덕분에 나의 살에 대해 조금은 편하게 여길 수 있게 됐고, 사이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젠 이 정도의 체형이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쏟을 시간과 힘도 없다.
외모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결국 한국에서도 혼자 뷔페를 갔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비키니에 맞는 몸매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운동용 영상, FREE 하지 않은 FREE 사이즈의 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등을 맞닥뜨릴 때마다 여전히 매일 흔들린다. 그럼에도 언젠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그날, 혼자 뷔페에 가서 자축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끝내주게 맛있는 뷔페에 가서 맘껏 먹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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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재민의 <슬기롭거나 말거나>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슬기롭거나 말거나> 연재분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