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없는 오렌지]#1 일단 주파수는 맞았으니 / 문진희

2022-03-18


이십 대에는 새로운 장소에 가는 일을 좋아했다.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시그니처 메뉴가 맛있다거나, 요즘 유행한다는 곳. 그게 무엇이든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들로. 처음 보는 문을 열고 들어가 서서히 그 공간에 물들어가는 기분을 사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에 맞는 동네를 찾아 그 동네에 집을 구하고, 집 근처의 가게들을 들락거리며 친구를 사귀면서부터는, 아는 공간의 문을 자주 열고, 익숙한 친구를 한 번 더 보는 일이 좋아졌다.


술을 마시는 것도 그랬다. (변치 않는 대전제는 늘 술을 좋아한다는 것.) 요새 인기라든지 새로 생겼다는 가게보다 못 본 사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단골집에서 마시는 게 좋다. 그렇다고 새로운 경험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게 아니다. 이제는 단골 술집에 앉아 모험을 하는 거다. 한결같은 사장님, 변치 않는 기본 안주, 내 체온만큼 편안한 분위기가 보장된 곳에서 새로운 술과 안주 탐험하기. 여기저기 주파수를 맞추며 라디오를 듣던 사람에서 좋아하는 주파수를 맞춰두고 내내 그 채널을 듣는 사람이 되었달까. 단골집 사장님은 나의 DJ가 되어 몰랐던 술과 안주와 곡을 들려주고, 쌓여가는 술병만큼 청취자의 믿음과 애정은 쑥쑥 자란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비우는 술병의 장르는 내추럴 와인이다. 내추럴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마다 찾는 단골집 중 하나는 삼각지역 근처에 있는 '윈비노'. 이곳은 와인 수입사이자 보틀 숍으로, 나에게 그 누구보다 새로운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깨우는 DJ가 있는 곳이다. 진열장에 단정히 놓인 와인병 아래에는 DJ의 코멘트가 하나씩 놓여 있는데, 그걸 읽다 보면 오늘 마실 한 병, 친구들과 나눠마실 한 병, 곧 다가오는 좋은 날 마실 한 병… 등등 이런저런 구실과 경사를 가불해 가며 와인을 사 오는 것이다.


지금껏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지 않았든, 조금 궁금해했든, 이미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든, 여기까지 읽었다면 일단 오늘은 윈비노의 인스타그램 채널(@winvino.korea)에 들어가 보면 어떨까? 그곳에서 가장 끌리는 설명의 와인을 골라두었다가, 구매해 마셔보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모험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광고 같은데… 이것은 윈비노가 아닌 나에 대한 광고다! 비록 낯은 가리지만 같은 주파수를 오가는 청취자라면 우린 언젠가 익숙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문진희




문진희 @daljinhee

서울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될 때 세상과 조금씩 오해를 풀어가는 기분이다. 그때 그거 뭐였지? 왜 있잖아… 말하고 싶은 단어만 쏙 빼고 모든 것을 기억하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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