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를 또 먹어요?]#5 차차 하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 / 만오데

2022-05-04



요즘 여러분의 마음의 날씨는 어떤가요? 저는 '매우 맑음' 입니다. 저는 울렁울렁 얼음 동동 띄운 맑게 붉은 오미자를 한잔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은 봄 마니아거든요. 이번 봄의 끝에는 어쩌면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아 30년동안 만났던 그 어떤 봄보다 더 애틋하게만 느껴집니다. 


그 언제나처럼 어느 금요일부터 주말을 붙여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도쿄로 떠났던 날이었습니다. 대 코로나 유행 전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요. '그 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걷고 더 먹었을 텐데' 라는 원초적인 아쉬움이 남아있는 도쿄의 마지막 밤 번화가, 한 발짝 들어서 있는 골목의 작은 위스키바가 아직도 그립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하룻밤의 위스키바에서 숨어들어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던 밤이었습니다. 


"Alone?", "Traveler?", "Like.. here?", "Good weather.. cocktail.. for you." 혼자 바에 앉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던 바 마스터는 여행자에게 어울릴만한 칵테일을 내어줍니다. 오래도록 이 길을 걸어온 것 같은 마스터의 절제된 움직임을 감상하며 흘러 나오는 노래와 사람을 구경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담배를 태우고, 좋아하는 책 한 권을 펼쳐두고 잠시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듣고, 바 마스터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제가 오래도록 숙원 해온 것, 하고 싶은 것 제 1호를 정확히 마주한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살짝 내린 비가 아스팔트와 화단에 스며들어 오묘한 도시의 향기가 나던 도쿄의 마지막날, 사실 제 기분은 아침부터 완전히 위스키 모드였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제 답은 언제나 '위스키와 만두' 였습니다. 평일도 휴일도 무관하게 편안한 바에서 안정적인 마스터가 내어주는 위스키 한잔, 그 한 잔에서 시작 된 나른함과 해방감에 자주 취하곤 했습니다. 이게 ‘자유’라는 건가 싶을 때쯤 허기가 지면, 생초콜렛도 샐러리도 아닌 길 위의 셰프들이 빚어내는 뜨거운 김이 폴폴나는 만두가 그리워졌습니다. 바를 나서자마자 김이 나는 곳으로 찾아가 품에 꼭 쥐고 온 만두 한 팩을 동네 놀이터에 앉아 한 알씩 천천히 음미하던 그 무수한 밤들. 이미 기분은 만두입니다.


'잊지마 넌 다이어터야. 넌 매달 약 60만원어치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있어. 진정해.'라는 마음과 '이제와서 궤도 수정은 불가능해.' 라는 마음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결국 한 입 먹는 순간 퍼지는 만두 특유의 파와 고기 그리고 마늘향이 방금 마시고 나온 글랜모란지 라산타의 잔향과 닿게 되는 순간 동네 놀이터는 작은 천국으로 변합니다. 


저는 이런 곳을 꿈 꿉니다. 한 잔의 위스키를 마시며, 둥근 만두를 한입 가득 베어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요. 그곳은 잠시 동안 잠자코 머무르며 일상과의 정신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장소가 될테니까요. 가끔 저의  숙원사업 '덤플링 위스키 바'(Dumpling Whiskey Bar)가 잘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 들여다 보아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어느 봄, 길 위에 스며드는 비처럼 조용히 찾아올 예정이니까요.




만오데 @mandoo_of_the_day

7년간 성실히 회사와 집을 오가다 ‘더 이상 이렇게는 싫어’를 외치곤 돌연 퇴사, 황홀한 갭이어를 보내고 있다. 지붕 아래 똑같은 만두와 돈까스가 없다는 생각으로 조선팔도를 뚜벅이로 먹어내고, 걸어내는 중이다. 배 빵빵 마음 빵빵한 풀자극의 시절이 퍽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삶을 꿈꾸며 운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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