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어도 맛있습니다]#5 배달음식2: 배달 디저트, 어디까지 먹어봤니? / 정지음

2022-05-11


야심한 밤. 출출해지면 일단 배달 앱을 켠다. 늦은 시간에도 배달 가능한 메뉴들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당장의 주문과는 무관하게, 언젠가부터는 무언가를 먹을 생각 없이도 배달 앱을 구경하는 습관이 굳어졌다. 배달 앱의 리뷰 란이 내게는 '#먹스타그램' 검색 결과처럼 흥미로운 것이다. 

 

최근에는 [카페/디저트] 탭을 눌러 보고 크게 감탄하기도 했다. 중국집과 분식집 등이 전부 닫은 평일 새벽 2시에도 손질 과일, 빙수, 커피, 그릭 요거트, 타코야끼 가게들은 성업 중이었다. 심지어 각양각색의 뻥튀기를 판다는 곳도 있었다. 평소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 새벽에 누가 뻥튀기나 요거트를 시켜 먹을까 싶은데 근래 친구들과 자주 보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내 친구들이 새벽을 수호하는 설탕 요정들이었던 것이다. 한번은 쥐톨만한 것들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 물어봤다가 큰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자기들이 아무리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탐닉한들 네 술값에 미치겠냐는 말이었다. 내 술값은 정말로 미쳤기 때문에 나는 저절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내 주변 디저트 광인들은 단 것이 싫다고 외치는 사람을 결코 가만 두지 않았다. 나는 "맛이나 봐봐", "한 입만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걸?", "더 달라고 하지나 마" 공격에 시달려 억지로 티스푼을 들곤 했다. 그러다가 다소 끔찍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내가 실은 디저트 류를 싫어하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혈당 스파이크 및 청년 당뇨에 대한 두려움이 심할 뿐 오히려 단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었다. 개중 제일 맛있었던 것은 카페 체인 C사의 ‘햅쌀 와플’이었다. 평소 와플 류 간식을 질색하는 편인데도 쌀 크림을 듬뿍 머금고 햄버거만큼 두꺼워진 그 와플 만큼은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이제 나는 그 맛을 알아버린 대가로 그 맛을 참으며 살아간다. 한번 맛을 들이니 과연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크림을 먹으면 크림 제형으로 변해버리는 몸이 유일한 문제라면 문제였다. 

 

친구들을 통해 '빵켓팅'의 세계를 배우기도 했다. 진짜 고수들은 동네 배달 앱에 안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가끔씩 친구들의 핸드폰에서 뜬금없는 시간에 알림이 울리면, 바로 그 때가 전국 유명 베이커리의 택배 주문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빵켓팅은 대부분 아이돌 콘서트 예매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끝이 났다. 빵 만큼 떡이나 수제 약과 종류의 인기도 뜨거웠다. 얼마 전, 친구가 한 달을 기다려 겨우 수령했다는 '밤 백설기'를 나눠 받았을 때는 나도 백설기의 주인 만큼이나 뜨거운 감격을 느꼈다. 

 

이제 나와 내 친구들은 밀가루 값 상승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밀 값이 오르고 팥 값이 오르고, 식용유 값이 오르면 완제품 디저트 류의 가격도 당연히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값이 얼마나 오른들 설탕과 밀가루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리를 생각하면 달콤하면서도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정지음 @jee_umm

작가. 1992년 5월 출생. 에세이 『젊은 ADHD의 슬픔』『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를 썼습니다. 일년의 반은 대충 먹고 나머지 반은 공들여 먹습니다. 먹는 일에 기쁨과 피로를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는 1인 가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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