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꽂히고 말았다]#6 주연이 아니어도 괜찮아, 럼 에이징 커피와 라무도라 / 김호

2021-08-27


그런 음식들이 있다. 본래의 방식으로 먹는 것보다 부재료나 포인트로 변주했을 때 더 빛이 나는 음식들. 내 기준으로는 '녹차'가 대표적인 예다. 차로 우려먹는 녹차는 관심이 없는데 디저트의 재료로 사용하는 녹차는 정말 좋아한다.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스프레드, 말차 테린느 등. 쌉쌀하고 풋풋한 녹차의 맛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진 디저트 류는 없어서 못 먹는 친구들이다.


술에 있어서는 '럼(Rum)'이 녹차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마시는 럼은 내 취향이 아니다. 대중적인 가격대의 럼은 그냥 마시기에 너무 달거나 알코올이 튄다. 칵테일로 마시면 맛은 있지만 대부분의 럼 칵테일은 특유의 달콤한 맛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일이 들어간다. 평소 과일을 즐기지 않는터라 이 역시 잘 안 찾게 된다. 


하지만 럼을 부재료로 사용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럼 에이징'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디저트를 보면 지갑이 자동으로 열린달까! 실제로 지금, 우리집 찬장엔 럼을 사용한 간식이 두 가지나 있다.


하나는 망원동 대루커피에서 구입한 원두다. 럼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에 원두를 넣어 향을 입힌 "콜롬비아 애네로빅 럼 에이지드"라는 원두인데, 나는 주로 이 커피를 아이스로 내려 마신다. 한 모금 마시면 눈이 반짝 뜨이는 산뜻한 산미 뒤로 은은하고 달콤한 오크향과 달콤한 럼의 향이 피어오르는게 무척 매력적이다. 한정으로 판매하는 원두이다보니 가격대가 좀 있지만 술장고에 럼 안 사는 대신 이라는 마음으로 사서 마신다. 


다른 하나는 2019년 도쿄 여행 때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럼 레이즌 도라야키 "라무도라"다.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본의 디저트 및 신기한 식재료를 보내주는 비정기 구독 서비스 '오야쯔클럽'으로부터 여름 디저트로 배송 받아 2년 만에 상봉할 수 있었다. 베이킹에 사용되는 다수의 럼 레이즌이 향을 입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에 반해, 이 친구는 건포도 주름 가득 럼을 찐하게 머금고 있다. 야무지게 들어찬 단팥과 럼 레이즌(럼에 절인 건포도)의 궁합은 여전히 훌륭했다.


글을 적다보니 문득 떠올랐는데, 업테이블에 글을 연재했던 3개월간 나도 녹차와 럼처럼 살았던 것 같다. 본업인 그림보다 글을 쓰는 것에 더 재미를 느꼈던, 난생 처음 해보는 격주 연재 기간. 오랜만에 만난 반짝이는 이 재미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 김호


ⓒ 김호


지금까지 김호의 <오늘도 꽂히고 말았다>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오늘도 꽂히고 말았다> 연재분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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