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닭거리]#6 세상의 모든 치킨을 응원해 / 김혜경

2021-11-26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냐는 말이 있다. 사리분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핀잔을 줄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당연히 찍어 먹어봐야 아는 것 아냐? 나는 찍먹파, 찍어 먹어봐야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는 경험주의자니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세상은 좀 더 넓어진다. 음식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먹지 못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버렸다면 음식이 되지 못했을 맛있는 식재료들이 많다. 독이 있는데다 흉악하게 생긴 복어도 그렇고, 동물들의 내장도 그렇고, 하다못해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채취하는 루왁 커피도 그렇고. 밑도 끝도 없는 '찍먹파'들이 밑과 끝이라는 한계 없이 음식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LA의 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놀러갔을 때 '스리라차 맥주'가 있어 호기심에 주문한 적이 있다. 친구들은 질색을 하며 말렸지만, 어째서 직접 마셔보지도 않고 싫어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스리라차 소스가 들어가는 멕시코 음식과 맥주와의 조합은 훌륭하잖아. 결과적으로는 두 모금 마시고 전부 남겼다. 찍어 먹어본 뒤 똥으로 분류한 셈이랄까. 하지만 다음에 또 다른 브랜드의 스리라차 맥주가 출시된다면, 난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혹시 또 모르니까. 나는 맥주를 좋아하고, 세상에 맛있는 스리라차 맥주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면 그걸 모르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BHC에서 출시한 신메뉴인 '로젤킹'을 주문한 것이다.


로젤킹. 로제와 젤리를 합쳐 '로젤'이란 이름이 붙은 치킨으로, 문자 그대로 로제 소스로 버무린 뒤 네모난 젤리를 뿌려 먹는 치킨이다. 나는 치킨도 젤리도 좋아하지만, 이제껏 그 둘을 한 번에 먹는 일을 감행해본 적은 없다. 비벼야 맛있는 비빔밥도 아니고 합쳐야 맛있는 햄버거도 아닌데, 식감도 맛도 다른 두 가지를 입에 넣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하지만 BHC에서 신메뉴로 출시했다면, 찍먹파로서 어찌 찍어 먹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리뷰를 보니 음식에 장난치지 말라고 호통치는 신랄한 평가들이 많았다. 주로 젤리가 뜨거운 치킨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흔적도 없어 녹아버려서, 불쾌할 정도로 달콤한 음식을 먹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행히도 내가 주문한 지점에서는 젤리가 든 팩을 따로 동봉해줬는데, 덕분에 로젤킹 탄생 의의의 한 자락 정도는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살짝 매콤한 기운이 감도는 로제 양념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어쩌다 한번 달콤한 젤리가 함께 씹힐 때는 뭐라 이름 붙이기 힘든 새로운 감칠맛을 느꼈으니까. 


선 넘는 치킨의 원조는 멕시카나다. 신호등을 컨셉으로 베리베리 딸기 치킨, 바나바나 바나나 치킨, 메롱메롱 메론 치킨 3종을 선보인 '후르츠 치킨'을 시작으로, 종가집과 콜라보해 후라이드에 볶음 김치 맛의 양념을 가미한 '미스터 김 치킨', 농심과 콜라보한 '오징어짬뽕 치킨', 커피를 후식이 아니라 치킨에 바로 곁들여버린 '달콤라떼 치킨'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치킨들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쓴맛을 냈을 것이다. 이런 메뉴들은 한 차례 강렬하게 어그로를 끈 뒤 순식간에 단종되곤 한다. 찍어 먹어보지 못한 치킨들이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누군가는 괴식(怪食)이라 단정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인 후라이드와 양념 외에도 새로운 치킨들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세상은 넓고,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고, 치킨은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으니까.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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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hkyoe

회사 다니고 팟캐스트하고 글 써서 번 돈으로 술 마십니다. 『아무튼, 술집』『시시콜콜 시시알콜: 취한 말들은 시가 된다』를 썼습니다. 시 읽으며 술 마시는 팟캐스트 <시시알콜>에서 술 큐레이터 DJ풍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먹고 마신 것은 적당한 영양소와 많은 똥으로 분해되어 사라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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