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슐랭 투스타]#6 달콤한 나의 행복 치트키 / 이리터

2021-11-19


“누구나 울적한 날에 안길 수 있는 품을 만들어둬야 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보고 확 꽂혔던 문장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몰입하면 힘을 얻고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안길 수 있는 품이란, 쉽게 말해 ‘행복 치트키’ 같은 거다. 즐겨하는 취미활동, 애정 하는 공간, 아끼는 물건, 덕질하는 최애 등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들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고민인 나는 그만큼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치트키 옵션이 다양한 편이다. 그런데 그 많은 치트키들의 효능이 일찌감치 떨어졌을 때, 새로운 치트키를 마련할 시간도 기력도 없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땐 나에게 남아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즉각적인 행복 버튼을 꺼낼 차례다. 바로 나의 소중한 달다구리 캐러멜이다.


내 입맛은 초콜릿이나 인공 시럽 같은 걸로 낸 극강의 단맛을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인데, 희한하게 캐러멜만은 늘 예외였다. 어렸을 때 동네 슈퍼에서 매일 하나씩 사 먹던 100원짜리 밀크캐러멜의 향수 때문일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캐러멜에서는 유독 편안한 달콤함을 느낀다. 입속에 넣고 굴리며 잘근잘근 씹는 재미가 있다. 고효율의 긴급 캐러멜 수혈이 필요할 땐 캐러멜 맛을 잘 녹여낸 음료를 들이켜 몸속에 흡수시켜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특별히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날엔 캐러멜 음료를 시그니처 메뉴로 선보이는 카페로 조금 멀더라도 기꺼이 찾아간다.


공기가 제법 찬 이맘때에 어울리는 효과 직방 캐러멜 음료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의 대표 메뉴 ‘딥 카라멜 라떼’다. 조심스럽게 후 불어 한입 쪽 빨아들이면 바로 온몸이 짜릿해지면서 뇌에 활력이 돌고 웃음이 실실 흘러나온다. 우유 거품이 부드럽게 감싸는 은은한 캐러멜의 단맛이 나까지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달까. 이거였구나, 내가 안길 수 있는 품. 지친 나를 다시 끌어올리는 행복 버튼. 단돈 5500원에 지하철 왕복 3시간을 투자해서 1초 만에 확실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아주 허튼 낭비는 아닌 것 같다.


어느새 연말, 딥 카라멜 라떼의 사촌쯤 되는 토피넛 라떼의 계절이 다가온다. 언제든 가까운 별다방으로 달려가면 손에 쥘 수 있는 보급형 치트키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 든든하다. 나에게 캐러멜이 그러하듯 누구나 자기 입맛에 딱 맞는 달콤함 하나쯤, 힘들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행복 치트키 하나쯤은 알고 있으면 좋겠다. 이 추운 겨울에 폭 안길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누구에게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 좋겠다.


ⓒ 이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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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터 @jc_highlight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맛있는 커피와 맥주가 있는 곳 어디든 찾아 갈 준비가 돼있습니다. 지난 음료들의 맛과 분위기, 한 모금 들이키고 난 후의 생각들을 브런치 매거진 <지도 위에 별표>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jc_카페투어'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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